우리의 겨울은 항상 기대가 되는 기다림이 있었다.
썰매를 타고 지치면, 화로의 장작불에 호호 손을 녹이고,
뒷산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는다며 쌓인 눈 위에 고목나무같이 뒤로 넘어지기도 했다.
그러면 나의 뒷모습이 눈 위에 박히고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사진을 찍었다고 말하고 몇 판을 찍고서야 뒷산에서 내려오곤 했다.
어린이들의 흔한 겨울 계옷은 함박눈이 날리면 눈의 형태까지 관찰하는 도구가 되어
다양한 육각형의 모양에 심취해서 쳐다보다가 옷이 젖는지도 몰랐다.

요즘, 각 방송사의 경쟁적인 방송에서
서울이 아닌 지방은 겨울 눈으로 몸살을 앓는다.
교통이 마비되고, 사고가 나서 인명피해를 입는다.
그러니 겨울 눈이 지겹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우리 딸도 겨울 눈을 너무 싫어한다.
눈이 녹을 때 질컥질컥하여 신발이 젖고 한다고~
애늙은이라며 놀려준다.
나와 남편은 작은 일에 너무 행복해한다.
나중에 왜 그런지 얘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
미안하게도 눈이 날린다고 퇴근하는 딸이 전해주길래
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외출복을 입고
통 큰 유리창에 커피 마시러 가자고 남편과 딸을 대동하고 함께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눈은 온 데 간데없고 비만 내리고 있었다.
우리 딸은 신기하다며 금방 눈이 내렸는데
눈은 보이지 않고 비만 내린다고 본인이 거짓말쟁이가 돼버렸다고 하며
"이 때는 조금 눈이 와도 되는데 ~"라고 말했다.
눈은 비로 바뀌었지만,
어두운 차 불빛에 비치는 무언가는 하얀 눈이라고 생각하며
가족의 팔짱을 끼고 거리를 걸었다.
통 큰 유리창을 좋아하는 내 취향을 알고 남편은 자리를 정했고,
예쁜 우리 딸은 커피를 주문했다.
커피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성당의 돌담벼락을 등지고 있는 포장마차에서 뜨근한 어묵을 팔고 있었다.
다이어트 대신 누군가는 팔아줘야 이 포장마차가 계속 우리를 행복하게 할 것이라는 희한한 논리로
어묵 꼬치를 집어 들었다.
따끈한 국물은 더움, 모든 시름을 떨쳐버릴 듯한 맛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하얀 눈은 보지 못했지만
겨울의 추억의 하얀 눈이 지금도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기에 오늘도 행복했고,
행복한 내일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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