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고 힘든 것이 삶이라고 했듯이 내게도
감정의 기복이 있을만한 일들로 좀 많이 우울한 기간이 있었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한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는데,
그때가 바로 보드게임방 방문할 때였다.
얼마 전, 남편과 불편한 일을 겪어서 혼자 괴로워하며 힘들게 지내고 있는데,
우리 딸이 눈치를 챘는지,
"엄마 아빠, 우리 보드게임방에 가요!"
"얘는 무슨 게임장이야, 게임은 싫다, 좋은 것도 아닌데~"
한 때 아들의 지칠 줄 모르는 게임 사랑 때문에 난 게임이라는 말만 들으면 게임 만든 사람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그럴수록 딸은 더 당당하게 의견을 내세웠다.
"보드게임방 가요, 가보면 알아요, 그렇게 나쁜 곳은 아니니까, 어서 가요!"
오히려 다그쳤다.
남편은 슬슬 나가려고 하는 자세를 하는 것 같았고,
가족의 행복에 내가 찬물을 끼얹는 것은 되기 싫어서 나도 외출할 간단한 채비를 했다.
현관을 나와 길을 내딛으면서 얼마나 가기가 싫었는지 길바닥에 주저앉고 싶었으나,
어쩔 수 없이 뒤에서 딸려가듯이 보드게임방에 도착했다.
보드게임방에 도착하자마자 입구부터 딸이 설명을 하고,
가족들은 게임방을 들어가서 방을 배정받아 착석을 했다.
앉자마자 직원이 주문을 받았고, 우리 딸의 주문은 참 신기했다.
"아아 1잔, 뜨아 2잔!" 직원은 다 알듯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주문을 받고 방에서 나갔다.
"여기가 게임장이라 음료주문도 무슨 주문을 외우니,
무슨 소린데 저렇게 직원이 잘 알아듣니?"
"네, 부모님은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셔서 뜨아, 난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니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아아."
그 신기한 주문이 끝나고 곧 딸은 달러를 벌어들이는 게임에 대해 규칙을 설명하고
게임이 시작되었다.
남편이 미워서 이제 막 게임을 배운 내가 남편에게 불리해지도록 게임을 이어나갔고,
우리 딸은 엄마가 이길 수 있도록 양보하는 것 같았다.
남편은 워낙 능글한 사람이라서 아는 척도 하지 않고 게임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 첫 게임은 결국 내가 이겼다.
그런데 왜 기분이 이렇게 좋을까.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너무 즐거웠고, 조금 전과 달리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그렇게 몇 게임이 끝나고,
젠가 게임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있었다.
난 조금 전 우울했던 사람이었는데, 의아할 정도로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블록이 넘어갈까 두려워 어린애처럼 가슴이 떨려 양볼을 만지며 무서워했고,
나도 모르게 게임에 지기 싫어서 남편이 블록을 뽑을 차례에 '툭' 말도 건넸다.
우리 딸은 그런 엄마가 안타까웠는지 본인이 양보? 져줘서 겨우 게임이 끝났다.
가족 모두 기분이 너무 좋아졌고 즐거웠으며,
가족을 데리고 이런 장소를 알려 준 우리 딸이 고마워서인지
남편은 2차 저녁밥은 내가 쏜다며 외식, 해물탕으로 마음을 모아 맛나게 저녁식사를 했다.
참 기분 좋은 하루였고,
쑥스럽지만 남편과 얘기를 하게 되었다.
우울한 마음을 이렇게 행복하고 즐거운 기분으로 바뀌는 곳이 보드게임방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우리 딸에게 이제 무조건 나무라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우울하고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보드게임방을 가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보드게임방에서 행복과 즐거움이 움틀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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